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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닥터 둠과 양치기 소년 학습주제 화폐·금융
등록일 2016-06-16 조회수 1883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 의장의 대완화기(Great Moderation) 말미였던 2006년 9월, IMF 세미나에 초청 연사로 나선 한 교수는 미국 경제가 주택버블 붕괴로 인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언을 한다. 연설을 듣던 수많은 참석자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일부는 비웃기까지 하였다. 그로부터 2년 후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이 교수는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그가 바로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교수이다. 경제 비관론자로서 위기를 예측하는 선견지명을 보여 왔던 닥터 둠의 원조는 아마도 미국의 투자 전략가 마크 파버가 아닐까 한다. 그는 1987년 10월 19일 미국 증시가 폭락하였던 블랙먼데이를 일주일 앞두고 고객들에게 보유주식을 현금화할 것을 권유한 데 이어 1990년 일본경제 거품붕괴와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도 미리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광부들이 유독가스 탐지를 위해 탄광 속에 둔 카나리아와 같이 한국의 경제지표가 세계경제를 앞서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5년에 향후 세계경제 침체를 경고했던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폴 크루그먼 교수도 대표적인 닥터 둠으로 불린다.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전 위기를 예측하려다 실패한 최연소 닥터 둠을 알고 있다. 바로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이다. 너무나 평화롭고 심심한 나머지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했던(2종 오류) 소년으로 인해 마을사람들은 한바탕 소란을 떨게 되고, 양치기 소년에 대한 신뢰 상실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땐 이를 아무도 믿지 않아 마을의 소중한 자산이었던 양들을 잃어버리는 참사를 겪게 된다. 마치 루비니 교수가 서브 프라임 위기를 경고하였으나, 비웃었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렇듯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을 구축함에 있어 실제 위기발생을 사전적으로 예측하지 못하는 1종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의 우화에서 알 수 있듯이 허위 경보의 2종 오류로 인한 조기경보시스템의 신뢰 상실도 방지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조기경보는 정책효과의 시차를 감안하여 최소한 1년 6개월 이전에 위기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신호가 안정적이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이론적으로 조기경보모형은 프로빗·로짓모형에서 시작하여 신호접근법, STAR모형, 국면전환모형, 인공신경망모형 등으로 전개되었다. 최근에는 IMF, BIS 등을 중심으로 금융안정성 지수, 금융스트레스 지수, 시스템리스크 지표 등 특정 경제부문의 취약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수 개발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양치기는 골리앗을 격퇴하고 왕이 되었던 양치기 다윗이나 탈무드에 나오는 현자가 된 양치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공동체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재산인 양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아주 지혜로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양치기 소년의 이솝우화는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먼저 지혜로운 양치기는 실제 늑대를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목초지 주위에서 늑대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쳐 마을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던 건 아닐까? 둘째, 실제 늑대가 나타났을 때를 대비하여 비상대응훈련을 실시한 것은 아닐까? 셋째, 양치기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지켰다면 마을 사람들은 늑대에게 양을 잃어버리는 참사를 피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닥터 둠과 양치기는 중앙은행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중앙은행은 위기를 예방해야지, 위기를 예언하는 닥터 둠이 아니다. 오히려 지혜로운 양치기의 모습이 중앙은행이 추구해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펀치볼을 치워야하는 중앙은행은 늑대의 발자국을 살피듯이 위기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경고해야 한다. 만약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시스템리스크의 전이를 차단하고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은 기업, 가계,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조기경보를 울려야 한다. 그 동안 수많은 조기경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실제 위기를 미연에 방지했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8년 동안 주요국 중앙은행이 제로 및 마이너스 금리, 대규모 양적완화 등 유례없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 주요국 증시가 위기 이전 수준을 훌쩍 상회하여 사상최고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가격도 이미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 경기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중국 등 신흥국들은 오히려 경기침체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가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혜로운 양치기의 마음으로 늑대의 발자국을 살피듯이, 더욱 철저하게 점검해 볼 시점이다.

안상기 과장(시스템리스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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