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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낮아지는 소주의 도수(度數) 속에 숨은 경제학 학습주제 시장·수요·공급
등록일 2016-06-16 조회수 1891
“인생에서 쓴 맛을 봐야 소주가 달다.”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소주는 쓴 맛이 강한 술이다. 도수는 높지만 여타 높은 도수의 술들과는 달리 한 병에 천원 남짓한 가격 덕분에 서민들의 대표 주류라 할 수 있다. 어른들과는 달리 젊은이들은 아직 인생의 쓴 맛을 보지 않아서일까? 어른들은 “요즘은 소주가 너무 밋밋해.”라고 푸념을 하시는 반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주는 여전히 쓰디 쓴 높은 도수의 술이라는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다. 소주는 1924년 35도로 첫 출시된 이후 1965년 5도가 낮아진 30도가 되었고 꾸준히 대중적 술로 자리 잡아왔다. 1998년에는 표준도수라고 생각되던 25도가 깨지면서 23도로 낮아졌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저도수화가 더 빠르게 확산되어 현재 일반적인 소주는 16.8도까지 내려갔고 유자, 레몬, 자몽 맛이 나는 과일소주는 13.5~14.0도까지 내려갔다. 상황이 이러하니 예전에 20도가 훌쩍 넘는 소주를 마시던 어른들은 모두가 인생의 쓴 맛을 보지 않아도 “소주가 밋밋해졌다.”는 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소주의 도수가 이렇게 내려간 데에는 당연히 소주회사들의 생존전략이 담겨 있다. 소주의 소비층이 젊은 층, 여성 등 기존 소비층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계층으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도수를 낮추면 예전에는 1병만 먹어도 취기가 올랐던 고객에게 2병을 팔 수 있는 상술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섞여 있다. 그런데 낮은 도수의 술이라면 맥주도 있고, 매화주나 매실주, 전통주 등 맥주와 소주의 중간에 위치한 술까지 있는데 왜 소주의 도수만 유독 낮아졌을까? 그리고 많은 소주회사들이 왜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다 도수를 내렸을까? 여름날 바닷가 긴 모래사장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두개 있다. 이상적으로 이 두 가게가 긴 모래사장을 정확히 3등분 하는 지점에 위치한다면 넓은 모래사장에 고르게 분포한 고객들이 두루두루 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아이스크림가게를 이용할 수 있고 두 가게는 정확하게 고객을 이등분하여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두 가게 중 어느 한 가게가 모래사장의 중간지점의 방향으로 조금만 이동해도 가운데 있던 고객 중에서는 새롭게 이동한 가게가 더 가까워져 예전에 이용하던 가게로 가지 않고 새롭게 이동한 가게로 갈아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리를 이동하지 않은 나머지 한 가게는 가만히 앉아서 손님을 뺏기는 꼴이 된다. 손님을 뺏긴 가게 역시 가게의 위치를 모래사장의 가운데 방향으로 이동하여 원래의 손님을 다시 찾아옴과 동시에 다른 가게의 손님까지 뺏어올 유인이 생기는데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종국에는 그 넓은 모래사장의 가운데 지점에 두 가게가 바짝 붙어서 영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래사장의 끄트머리에서 해수욕을 즐기던 손님들은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러 모래사장의 절반을 가로질러 가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경쟁적인 시장에서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고객의 효용이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1929년 호텔링(H. Hoteling)이라는 경제학자가 주장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호텔링의 역설(Hoteling’s Paradox)이라고 부른다. 호텔링의 역설은 경제학의 한 분야인 ‘게임이론’에 나오는 개념으로 실제 우리 생활에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휴대폰 매장에 가면 수많은 휴대폰이 있지만 그 기능은 다 고만고만하고 심지어 디자인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트에서 물건을 보면 동일한 품목일 경우 제조사가 모두 달라도 그 물건들의 품질이나 성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동차도 제조사마다 제품의 라인업이 대동소이하고 동급의 차량별로 성능 역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호텔링의 역설이 적용되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예로 정치를 들 수 있다. 각기 다른 이념의 정당이라 할지라도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들의 공약이 대동소이하다. 부동표를 흡수하기 위해 대부분의 정당들이 중도를 표방한다. 앞서 예로 든 소주의 저도수화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회사에서 소주의 도수를 살짝 낮춰 시장에서 히트를 치면 경쟁업체에서 바로 이와 유사한 도수로 응수한다. 소주의 도수가 낮아 질 때마다 항상 먼저 도수를 낮춘 한 업체가 존재하고 이를 나머지 업체가 즉각 뒤따라가는 형국이었음을 상기해 본다면 더욱 이해하기가 쉽다. 다른 술에 비해 소주는 사실상 품질에서 차별화 할 수 있는 요소가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주 시장이야 말로 호텔링의 역설이 잘 맞아 떨어지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맥주와 소주시장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매화주, 매실주, 전통주의 도수가 12~14도 수준이고, 과일 소주가 13~14도까지 내려왔음을 감안하면 더 이상 소주 도수의 하향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마치 떨어져있던 두 아이스크림 가게가 바짝 붙어서 영업하는 단계까지 온 것과 같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높은 도수의 술을 먹으려면 40도가 넘는 고량주나 양주를 소주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먹어야 하는 것일까? 지나친 경쟁은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호텔링의 역설을 실제로 마주하니 소주를 마시지 않아도 씁쓸해지는 기분이 든다.
 

최 준 조사역(투입산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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