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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선의 선택을 기대하며 학습주제 희소성·경제체제
등록일 2016-06-16 조회수 2069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주어진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택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당초에 염두에 두었던 결과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그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바람직할 수도 있고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마음먹은 바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도 생겨났을 것이다.
  예상했던 결과와 실제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면 우리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선택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예상했지만 그 부작용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경우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은 독일 공군을 좌절시키기 위해 엄격한 등화관제를 실시했다. 운전자들은 계기판 불빛도 보여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차의 속도가 얼마인지도 알 수 없었다. 등화관제 이후 처음 넉 달 동안 영국의 도로에서 사망한 사람은 모두 4,133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00% 늘어난 것이다. 독일 공군은 폭탄하나 떨어트리지 않고서도 매월 600명씩을 죽여 없앤 셈이었다. 영국정부가 등화관제 실시를 결정하였을 때 인명사고를 어느 정도는 예상했겠지만 이 정도로 참담한 결과는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는 선택 시점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타난 경우다. 1995년 범죄학자 폭스는 10대 청소년의 범죄가 급격히 상승할 전망이라는 우울한 보고서를 미 법무장관 앞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실제로 범죄율은 급격히 감소하여 2000년 미국의 살인범죄율은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1973년에 결정된 낙태 합법화였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범죄자로 자랄 확률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음으로써 범죄율이 크게 낮아진 극적이고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긍정적인 부작용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예상을 빗나가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시간이다. 만약 2002년 6월 한일월드컵이 시작된 직후 당신이 옆에 있던 사람을 향해서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면, 아마 당신은 완전히 꿈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바보취급을 받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희망(꿈)과 현실에 바탕을 둔 예상은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지도 않아 한국이 4강에 진출함으로써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물론 우리는 행복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선택의 결과가 선택시점에서 예상했던 바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그렇다면 선택하는 일은 쉬운 일인가? 개인의 경우에는 선택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쉽다. 자기가 가장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 줄 수 있는 선택을 하면 되니까. 그런데 집단의 경우에는 선택의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정은 사실상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철학자들이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게 되었다. 가장 단순하며 설득력이 있는 기준은 벤담이 제시한 공리성의 원리 즉, “최대다수의 최대의 행복”이다. 마르크스의 생산한 것은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을, 롤스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이 순서대로 적용되어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함을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최근 한 정당에서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한국판 양적완화’가 정부, 정치가, 언론 등의 주장, 토론 등을 거치면서 조선·해운 등 불황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자금 지원 주체(정부가 내느냐? 한국은행이 내느냐? 아니면 양측 모두 내느냐?), 한국은행이 자금을 지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한국은행은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고, 정책발표 선택 시점을 언제로 잡을 것인가도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철학자들이 제시한 “선택의 기준”도 감안하여야 한다. 중앙은행의 정책집행 결과는 그 중앙은행의 발행하는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만약 한국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자금을 지원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부문에 그 자금이 흘러들어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자금이 국민경제에 순환됨으로써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영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1970년대에 영국 재무상을 지낸 데니스 힐리는 예측의 어려움을 “부분밖에 알려지지 않은 과거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현재를 통해 알래야 알 수 없는 미래를 추정하는 것”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바꿔 말하면 시간과의 승부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켜 가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자금지원과 관련하여 한국은행, 정부, 더 나아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등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 모두 가장 바람직한 정책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시간이 흐른 뒤에 누가 묻더라도 “그 당시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내렸던 결정은 지금도 가장 최선이었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황 변화를 감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시간이 흐른 뒤 다음 세대의 한국인들이 이번 결정을 두고 무척 잘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정홍백 부공보관(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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